BASEBALLPARK

예정보다 하루 늦게 광주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하루 늦게 내려오게 된 사연이 좀 있어서였습니다.

그 사연인즉슨 동성고에서 체육대회를 한다는 거였지요.

 

체육대회와 다큐멘터리 촬영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학교에 운동장을 사용하는 운동부가 있었던 학교를 다니셨던 분이라면 조금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동성고는 야구부만 사용하는 운동장이 없기에 학교 운동장을 점령하고서 사용합니다. 야구부때문에 학교의 체육수업은 오후 5교시이내로 짜여져 있고  6교시부터 운동장을 야구부가 사용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운동장에서 학교 체육대회가 열리기에 운동부들은 기아2군구장인 함평에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더군요. 제가 차도 없고 해서 2군구장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아 그냥 다시 학교에서 연습을 시작하는 오늘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목요일 아침 감독님과 통화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알만한 이야기임에도 씁쓸하더군요. 열악한 운동부의 환경이 씁쓸한 것은 아니었구요 보통학생들, 즉 재학생들과 같은 공간을 쓸수 없는 운동부의 현실이 가슴아프더라구요. 체육대회라는 학교축제를 하는 순간에 학교를 떠나 함평에서 야구 연습을 해야하는 현실이 말이죠.

잠깐 상관 없는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양궁부가 있었습니다. 총 4명이었는데 그중에 한명이 같은 반이었죠. 수업시간에 컨닝페이퍼 던져주곤해서 그럭저럭 친분이 있는 편이었는데 이 놈은 같은 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뭐하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형식상으로는 같은 반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반이 아니었던거죠. 막말로 지금 만난다해도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꺼리가 전혀 없는 놈인거죠.

언제나처럼 서설이 길었군요.. 흠.

암튼 저런 일때문에 금요일에 광주에 내려왔습니다.

일단 학교에 가서 선수들 연습하는걸 예전처럼 찍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비가 조금 내리더군요. 그래서 선수들 짐을 쌓아두는 비닐하우스(!!!!!)로 몸을 피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옆에는 함평에 갔다가 바람이 들어 감기에 걸린 홍현우 코치가 있었습니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대충 찍어본 사진>

홍현우 코치에게 함평이야기를 들었는데 함평구장에서 애들 배팅볼 던져주고 도시락 까먹으면서 놀다왔다고 하더군요. 근데 함평.에 오랜만에 가서인지 신이나서 옷벗고 볼던져주다 감기걸려서 힘들다고 하더군요. 전 잠시 촬영을 접고 홍현우 코치와 잡담을 시작했습니다.

홍현우 코치와 저번 전국체전 이야기를 했었는데 홍현우코치도 이미 일고와의 1차전에서 경기에 졌기에 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도 투수 안바꾸고 계속 던지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의미 없는 경기에 힘쓸 필요가 없는데 경기에 졌다고 학부형들과 교장선생님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한창 학부형과 교장선생님에 대한 뒷담화가 가열될즈음 동성 중학교 감독님이 놀러왔습니다. 동성중학교 감독님이 오자 잠시 구라가 끝나고 두분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야기의 내용은 비가와서 그런지 홍현우 코치의 무릎이 안좋다..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홍현우 코치가 바지를 걷어 자기 무릎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하는 말이

"내 무릎에는 연골이 없어. 그래서 맨날 아프다야."

무릎부상때문에 LG에서 먹튀소리 들었고 결국 선수생명이 끝나게 되었는데 그 흔적을 보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러면서 계속 홍현우 코치와 이야기를 했는데 동성중학교 이야기를 하더군요. 중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맨날 야구 하는거 보러오고 예산 지원도 할수 있는 선에서 다 해줄려고 하고 돈이 없으면 편의제공이라도 해주는데 고등학교는 야구부에 도통 관심이 없다고 말이죠. 동성고가 수능점수가 전국1등이 되는 것보다 한기주나 양현종같은 애들이 프로에서 뛰는게 학교 홍보하는데는 훨씬 좋을꺼라면서 말이죠.

저 이야기를 들으며 좀 뻘쭘했던 것이...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제 아버지입니다. 골수 해태빠에 야구덕후시죠. 물론 경기를 뛰거나 하지는 않으시지만 뭐... 좀 낯이 뜨겁긴 했습니다.... 하하하.

 

 

<파란색 점퍼를 입은 분이 홍현우 코치입니다. 계속 저렇게 다니시더군요>

 

 

<펑고 치는 사진들. 수비 못하면 혼나더군요.>

 

암튼 그렇게 홍현우 코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홍현우 코치는 펑고치는 애들 괴롭히러 자리를 떠났습니다. 펑고 장면을 좀 찍기는 했는데 그물망 안으로 들어가자니 공이 무섭고 그물망 밖에 있짜니 뭔가 어색한 그런 상황이 지속 되더군요. 그래서 투수조가 연습하는 또다른 비닐하우스로 이동했습니다. 그 안에서는 투수코치 한분과 투수 한명이 폼을 교정하고 있더군요. 열악한 고등학교 야구부이다보니 투수코치님의 핸드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한다음에 같이 보면서 동작 하나하나를 체크하더라구요. 촬영하느라 정신없기도 하고 투구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보니 무슨말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기억나는건 선동렬의 투구품이 얼마나 좋은건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체에 힘을 실어 던지는 걸 이야기 하시는 것 같더군요.

한시간 정도를 투수한명을 붙잡고 계속 교육을 하시던데 투구폼 교정을 하는 선수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정해진 양만큼의 연습투구를 하더군요. 에이스급 투수들은 별도의 투구연습 없이 자율연습을 하거나 프리배팅연습하는 곳에서 내야수 대타를 뛰더랍니다.

한창 투구연습하던 친구들을 촬영하고 있는데 한 선수가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 일 하시는거 되게 힘들죠?"

그런일이라는게 뭔줄알고 물어보는줄은 모르겠지만 그냥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야구보다 쉬어요."

그러자 그 친구가 웃으면서 이런말을 하더군요.

"머리로 하는 일일테니깐 더 힘들거 같은데요."

말을 받아줘야할꺼 같아 저는 이렇게 말했죠.

"영화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거에요."

영화라는 일이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한다는 말이었는데 저와 이야기하던 친구가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요.....흐흐흐.

"아. 열정 중요하죠. 그 일도 열정으로 하는거군요."

서로 선문답 하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말이었습니다. 열정이라.. 지금 열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지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야구소년에게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힘이 나더군요.

글로 쓰니 되게 진지한 선문답처럼 보이지만 사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영화일을 한다고 하니깐 연예인 아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여자연예인은 모르고 남자연예인은 좀 안다고 하니깐 투구 연습을 하던 놈들이 동시에 이런말을 하더군요.

"아 그럼 됐어요." (이자식들을.................--+)

아는 남자연예인 물어보길래 맨날 팔아먹는 (아는) 배우 형 이름 대면서 좀더 잡답했습니다. 선수들끼리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데 대부분이 야구안하게 되면 뭘할까 더군요. 3학년이라서 더 그런걸지도 모르는데 나름 에이스라는 선수들도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걸 보면 어느 곳이든 미래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더라구요.

아! 선수들이 그런 이야기도 하더군요.

내가 지금 감독해도 (지금 동성고)감독님보다 훨씬 잘할꺼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맨날 뒷짐지고 앉아 있다가 다 모아놓고 "잘치고 수비 잘해라"라는 말만 하는 건 자기들이 왜 못하냐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 이야기 듣고 있는데 예전 고려대 박한 감독 생각이 나더군요..후.

애들 사이에 있다 윤여국 감독님(동성고 감독님)이 오셔서 또 잡담좀했습니다. 하지만 윤감독님하고 이야기할때는 항상 촬영을 해두기 때문에 약간은 인터뷰 개념도 섞여 있기는 했습니다. 이번 주제는 학원야구가 공부를 할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저에게 A4 한장을 보여주시더라구요. 그 A4에는 일년간의 전국대회 일정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보여주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런 일정을 짜놓으면서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안된다고 하시더군요. 전국대회는 거의 매달 한번씩 있는데 전국대회들이 예선이 있기때문에 격주로 실전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학기중 전국대회는 3회 이상 출전하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학기중 전국대회는 4개인가 5개뿐이더군요. 방학중 전국대회는 무조건 참가를 하니 3월 황금사자기부터 8월 봉황기(청룡기던가....)까지는 쉴날이 없더군요. 수업시간을 빼가며 대회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수업진도를 따라가는건 불가능하다고 하셨죠. 그래서 형식적이지만 오전수업을 받더라도 야구부 학생들은 잠을 잔다거나 야구규칙에 관한 책을 보거나 하는 식으로 조용히 자습(?)을 하게될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한숨쉬면서 이런 시스템의 부재를 어떻게 해결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도 하셨죠.

인터뷰는 테입에 담겨있으니 집으로 돌아가 정리하면 될 것 같고 이 이야기를 끝으로 3번째 촬영이 끝났습니다. 감독님께서 다음주에는 서울에서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가진다고 하시더군요. 대학팀과의 연습경기를 가지는 목적은 팀내 3학년들을 선보이면서 스카웃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간다고 하시더라구요.

월요일 건국대 야구부, 화요일 고려대 야구부, 수요일 동국대 야구부, 목요일 홍익대 야구부일정으로 진행이 되고 광주에서 짐챙겨 서울에 올라와 미사리쪽에서 합숙을 하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다음주 월화수목을 동성고 야구부와 함께 합숙하기로 했습니다. 합숙하면서 생기는 일은.. 다음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쯤에 계속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하.. 갈수록 별 내용없이 글만 길어지는 기분이군요.

관심가져주시고 읽어주신 분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솔로는 커플이 되고

커플은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유부는 자식들이 멋지게 자라나는 식으로 말이죠.. 후후

 

그럼 2B continued......

 

 

뱀발

야구부 운영비에 대한 이야기도 좀 들었습니다. 오늘 제주고에게 지고 있다던 서울고가 고등학교만 해서 3억정도라더군요. 동성고는 중고등 합쳐서 2억5천정도인것 같습니다. (이건 제 대략적인 추론 금액입니다.)

 

뱀발2

홍현우 코치가 가장 분개한게

공을 안사준다는 거였습니다. 실밥터진공으로 연습하니깐 짜증난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오늘 제가 보는데 연습용배트가 한 5개정도 부러지더군요.

선수들은 오늘이 배트 부러지는 날이라고 이야기 하더랍니다.

 

뱀발3

홍현우 코치는 프리배팅에서 복판으로 들어오는 공 안치는 선수에게는 가혹한(?) 체벌을 하시더군요.

보고 있으면 빵빵 터집니다...ㅋ

체벌을 옹호하거나 하는건 아니니 이부분은 아무쪼록 이해와 선처 부탁드립니다.

 

 

[이 게시물은 ▶◀ dr.레인님에 의해 2009-06-14 23:16:03 불펜 게시판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