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일하기 싫어서 다음엠팍에 써질러 놨던 글 옮겨옵니다.   이사간 집에 남겨두고온 자식 같아서..... 

뭐 같은 글을 재탕씩이나 하느냐고 하시겠지만, 양해해주시길......

이 이야기는 Fiction도 아니요 Fact도 아니요 Faction입니다. 

벌써 14년전 이야기군요...   옮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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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

4월초 어느 햇볓이 화장한 봄날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들고 전자식 버튼의 다이얼을 콕콕 눌렀다. 

보름전 본 입사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9시부터 ARS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간단히 빵으로 아침을 먹고는 시간이 되자 전화기 앞에 앉게된 것이다.

“귀하의 수험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눌러주십시오.”

“ 띠띠띠 띠띠띠띠,  띠띠띠띠띠띠 띠띠띠띠띠띠띠"

2-3초. 컴퓨터가 정보를 검색하는 그 짧은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같은해에 대학을 졸업한 3년 터울의 여동생은 4학년 가을에 조기 합격하여, 직장생활을 하며 백수 수험생인 오빠에게 용돈을 주는 안습상황이여서 이번에 본 시험의 합격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12345번 멜.치.님. 합..격..입니다.  4월 5일까지 000로 최종 면접에 응시하시기 바랍니다....어쩌고 저쩌고......”

수화기 저편에서 합격이라는 기계음을 막상 들었지만 뭐 담담했다.  어느 시험인들 걱정을 안하랴만 준비를 차근차근 했고 가채점 결과 전년도 합격점수와 비교해서도 넉넉히 여유로운 점수를 받았기에 어느정도 기대하고 있었다.

면접이야 20% 떨어트리는 것이니 별로 겁나지 않았다. 

거실에서 아침 식사 설거지를 하시던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흘러가는 듯 한마디 한다.

“엄마. 나 지난달 시험본거 필기 합격했다네...  지금 확인했어...” 

화들짝 놀라는 어머니... 외아들에 장남인 내가 졸업 후 몇 달을 취업하지 못하고, 수험 준비는 한다지만 친구분들에게 마땅히 자랑할만한 것이 없어 하셨을텐데...  이제 한말씀 하시게 되었다. 

“우리아들 이번에  000에 합격했네...호호호...”

3일후 면접은 무난히 지나갔다.  합격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필기시험 합격이 어렵지 면접 쯤이야... 학교 다닐때 학교방송국 아나운서를 했던 나는 발표력, 의사전달력 등은 자신이 있었다.

예상대로 최종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합숙 훈련.  회사에서는 합숙훈련비로 연수원에서 밥이랑 다주는데, 별도의 훈련비로 50만원을 입금시켜준다.

학교 다닐때 알바 한번 안한 내가 최초로 벌어본 돈.... 그날 저녁 부모님에게 한턱 쏘고 월요일을 기다렸다.

이렇게 나는 학생의 길을 접고 이제는 사회인의 길을 접어든다..  대단한 직장은 아니지만 뭔가를 성취했다는 자부심에 나 스스로가 대견했다.  제대후 지루했던 근 2년여의 수험생 시간의 열공생활도 자랑스러웠고.....

월요일 아침 연수원 입구에 도착하니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기들이 입소식을 하는 대강당으로 한명 두명 모인다.   근 300여명.....  다들 자신에 차있고 당당한 모습이다.

내 번호가 있는 좌석에 앉아 입소식을 기다리는데, 오른쪽 옆자리로 한 여성이 앉는다.

안경을 쓴 단발머리 스타일....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긴 아이보리색 통원피스와 회색 가디건.  안경속으로 엿보이는 쌍커플진 맑은 눈.

오... 참하게 생겼는데.....    왼쪽 가슴에 붙은 명찰 “김연주”

이여자 느낌이 좋다.....

(다음 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