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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친구] 영화 일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 좋은 영화의 도입부

작성일
11-08-30 00:53
글쓴이
퍼스나콘 알투디투
IP
1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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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별 역순 댓글

어떤 영화를 보다보면 그 영화에 최대한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영화의 대사를 외우고, 쇼트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을 분석하며, 영화와 관련된 자질구레한 에피소드와 감독 인터뷰를 모으는 일.

이른바 영화와 근접조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은 좋은 영화를 볼 때마다 생깁니다.

그 생각을 일기 형식으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일기를 써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일기장에 개인적인 일기를 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일기만은 써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영일만 친구(영화로 일기만 쓰는 친구.. ㅎㅎ)라는 제목으로 조금씩 글을 올리겠습니다.

읽어 주실거죠?


===========


2011년 8월 29일


미국의 유명한 출판 에이전시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새로운 소설 원고들이 출판을 목적으로 책상에 올라오는데 이것을 선별하는데 요령이 있다는 것이다.

앞의 세 페이지 넘어가기 전에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냥 쓰레기통에 집어 넣는다는 것이 나름의 노하우인 셈. 

영화도 그렇다. 시작해서 10분을 보면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역량이 대략 점쳐진다.

얼마 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버드>를 필름으로 봤다.

10분이 아니라 불과 2분만에 이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영화는 실존했던 위대한 재즈 아티스트 찰리 '버드' 파커를 다룬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과거와 현재가 자유롭게 오가는 영화인데 재즈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움이 비선형적인 스토리텔링에 잘 어울린다.

영화의 도입부에 찰리 파커가 재즈 뮤지션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현재 생활의 어두운 그늘, 그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를 담고 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도입부를 연출해 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피리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당나귀를 탄 아이와 그것을 끌고 가는 조금 더 큰 소년이 등장한다. 피리 부는 소년이 찰리 파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찰리와 당나귀가  빨래줄에 걸려 있는 빨래 뒤쪽으로 이동하면 화면을 점점 어두어지고 피리 소리만 들린다.

여기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미지를 화면 밖으로 몰아내버리고 (음악 영화답게) 음악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제목이 화면에 나타난다. 잠시 후 피리 소리는 섹소폰 소리로 바뀌면서 아래 화면이 나타난다.
 


 













카메라는 앞의 씬과 마찬가지로 빨래 줄을 앞에 놓고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트래킹을 하고 있는데 청년이 되어 성숙한 연주를 하고 있는 찰리 파커를 보여준다. 찰리가 연주를 하면서 천천히 집 모퉁이 쪽으러 걸어가면 다시 어두운 화면이 나타나고 스탭 이름과 감독의 이름이 화면에 나타난다.
그리고 아주 빠른 재즈 음악이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다.












































클럽에서 속주로 섹소폰을 연주하는 찰리 파커의 모습이 이어지는데 이 씬에서는 찰리는 앞의 두 씬과 달리 걸어가지 않고 바로 서서 연주하고 있다. 지금 이 장면이 시제상 현재라는 것을 파커의 고정된 모습에서 보여주고 있다. 재즈의 빠른 리듬과 맞추어서 앞의 두 씬(두 씬 모두 원씬 원 쇼트로 찍었다)과 달리 다양한 쇼트로 파커의 손동작과 땀에 절은 그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어서 화면 한 쪽이 푸르게 변하면서 찰리 파커의 트라우마(영화 중반에 오디션 장면이 나오는데 심벌이 떨어지면서 파커가 오디션에서 탈락한다)를 보여준다. 비행접시처럼 보이는 심벌은 실체를 헤아리기 힘든 파커의 감정과도 유사해 보인다. 심벌이 땅에 추락하면서 지금껏 들려오던 음악이 끊어진다.

그 다음 장면은 찰리 파커가 집에 들어오는 장면이다. 파커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쓰고 있던 모자를 의자에 던지는데 이것이 땅에 떨어지는 심벌과 매치되게 편집되어 있다. 창문 밖으로 비소리가 계속 들리고 불을 켜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여진다. 찰리의 가정 생활이 순탄하지 않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여기까지가 영화 상으로 대략 5분이다. 하지만 이 5분 동안 감독은 시간을 뛰어넘고 무의식을 넘나들고 감정을 추려 낸다. 정말 탁월한 도입부가 아닌가?

[이 게시물은 [KS]뚜기뚜기 꼴뚜기님에 의해 2011-08-30 19:56:37 불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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