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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통보는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후반기 우승권 도약을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 정작 퇴출 소식을 들은 당사자는 "어려운 팀 사정을 이해한다"고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KIA가 웨이버 공시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31)의 퇴출을 결정했다. 한국 무대 진출 2년째인 앤서니는 올 시즌 마무리로 나서며 20세이브(3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전반기 막바지 들어 블론세이브가 4개로 늘어났고, 선발 전환을 위해 내려간 2군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지만 퇴출을 할 만큼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특히 앤서니는 한국인 못지 않은 입맛과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동료와 팬의 사랑을 받아왔다.

앤서니는 지난 24일 광주구장에서 결별 소식을 처음 들었다. 통역을 맡고 있는 최병환 KIA 운영팀 과장은 "광주에서 구단 측이 앤서니를 불러 이야기를 했고, 나도 전화를 걸어서 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고, 참 잘해줬다. 구단도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심했다'고 전했다"며 "앤서니도 '갑작스러워서 당황했다. 하지만 프로팀이고 승부의 세계라 이해한다'고 차분하게 답했다"고 전했다.

앤서니는 그간 KIA를 거쳐 간 외국인 투수 중에서도 인간미가 있었던 선수로 꼽힌다. 선동열(50) KIA 감독은 평소 "앤서니는 정말 성격이 좋다. 한국인이 못 먹는 음식도 일부러 찾아가서 챙겨 먹는다. 공만 더 잘 던져주면 참 좋을 텐데…"라고 말하곤 했다. 결별을 발표한 지난 24일 "요즘 내 속이 말이 아니다"라며 내 쉰 한숨 속에는 올 시즌 마무리로 전업해 준수한 성적을 올린 외인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있었다. 오현표 KIA 홍보팀장은 "앤서니는 팀을 떠나더라도 꼭 한 번 만나서 밥 한끼 대접하고 싶은 선수다. 워낙 착하고 정이 많은 선수였다. 구단 직원도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최병환 과장은 "다정다감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할 만큼 밝은 성격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마무리로 뛰어줄 수 없냐고 하니 흔쾌히 받아들였던 인성갑 앤서니 선수. 이별 통보에 대한 답도 앤서니답게 하네요.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