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은 2013년을 '스카우트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스카우트들이 작성한 스카우팅 리포트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전시하는 'Diamond Mines'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5월에 보도한 박찬호 선수의 마이너리그 시절 스카우팅 리포트도 이번 전시에 포함된 문서 중에 하나입니다.

이번에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명예의 전당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2층에 옛 스타들의 스카우팅 리포트 원본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마지막 부스에는 역사상 최고의 오른손 투수 가운데 한 명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유니폼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보스턴 소속이던 1999년 두 번째 사이영상을 받은 뒤, 어린 시절 자신을 LA 다저스에 입단시킨 스카우트 랄프 아빌라에게 선물한 것이었습니다. '항상 당신을 생각하고 존경한다'는 내용의 친필 메시지와 사인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낯익은 모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우리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모자였지요. 그 옆에는 이런 설명과 함께 문서 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라이언 사도스키는 200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그리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다. 그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임시 스카우트로 변신했다. 네덜란드팀의 감독이자 사도스키의 옛 코치였던 헨슬리 뮬렌스가 한국 타자들에 대해 문의하자, 사도스키는 한국 선수들의 피칭, 타격, 수비 능력을 설명한 7장짜리 리포트를 작성했다. 결과는? 한국을 WBC 1라운드에서 탈락시킨 충격적인 5대 0 승리였다."

사도스키가 한국 팀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네덜란드 팀에 제공했다는 사실은 이미 대회 당시에 폭스스포츠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당시 기사에는 '사도스키 스카우트'가 작성한 리포트의 내용 중에 유격수 강정호에 대한 묘사만 짧게 포함돼 있었지요. 전시부스에는 이 리포트의 첫 장만 진열돼 있었습니다. 전체 내용이 궁금해서 명예의 전당에 요청하자 원문 전체를 이메일로 보내왔습니다.

내용은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한국 야구의 전반적인 경향부터 출전 선수 전원의 장점과 약점이 상세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투수 전원의 투구폼과 레퍼토리, 볼배합과 신체 특성이 묘사돼 있었고,타자 개개인의 타구 방향과 수비 위치를 꼼꼼하게 조언했습니다. 롯데의 옛 동료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 반영되다 보니, 때로 의아하거나 민감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한국야구를 오래 경험한 외국인선수의 시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내용을 소개합니다. ('야구 영어'의 뉘앙스에 맞춰 의역하거나 생략한 부분이 있습니다. 도량형은 원문대로 미국의 단위입니다. 그리고 매우 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