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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이 되서 선수들한테 얘기한 게 있다. 협회의 모든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게 첫번째다. 그래야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다. 두번째는 복지를 생각했다. 복지는 아예 안돼 있었다. 세번째는 규약 개정 같은 것이다. FA등 모든 규약이 정리가 안돼있었다. 성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정리가 하나씩 되가고 있다. 일단 선수들이 선수협을 믿기 시작하고 선수협 이사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게 성과라면 성과다.

전임 총장도 처음엔 순수한 의도로 사무총장직을 맡았을 텐데 초상권 액수가 커지면서 생긴 유혹의 손길에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선수협 운영이 투명하지 못했고 당연히 선수들이 선수협에 대해 불신의 크기도 커졌다. 선수협 회장이나 이사들도 제 역할을 못했다. 와서 보니 사무총장한테 거의 모든 사안이 맡겨져 있었고 선수들은 무관심했다. 그런데 큰 일을 치르고 나서 선수들의 의식도 변했다. 선수협 이사를 맡으면 운동에 방해가 되지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바뀌었다. 야구 현안이 있으면 이제는 선수들의 의견결집이 굉장히 빠르다. 사안들에 대해 빠르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선수협회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투명한 운영, 선수들이 믿을 수 있는 운영을 하고자 했다. 지난 여름 드디어 사단법인 승인이 났다.

박재홍 전회장(MBC스포츠 해설위원)이 계속 운동 했으면 회장직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장선거는 어떻게 해야된다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부드럽게 서재응 회장(KIA)으로 이관이 됐다. 그리고 박 회장이 추진했던 것이 그대로 계승됐다. 두 회장의 공통점은 본인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아니다. 전체를 생각한다. 그래서 연금제도 같은 것도 통과될 수 있었다. 회장이 돌아가는 걸 잘 모르면 선수들을 설득할 수 없다. 알아야 설득하고 결정할 수 있다. 큰 일을 당하고 나니 선수들이 자각하고 인식했다. 큰 일 있으면 단합해야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조금씩 바뀌고 발전하고 있다.

투쟁일변도로 나가면서 KBO,구단과 대화단절도 심각한 문제였다. 소송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다면 하겠다. 그러나 프로야구 전체의 일은 모두 얽혀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그래야 실리도 취할 수 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다행히 KBO와도 얘기가 잘 통한다. 우리의 요구와 의견이 KBO 단장회의, 실행위원회에서 다뤄질 수 있다면 그게 첫 번째 소득이고, 의견이 상충한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서 설득할 수도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산적한 숙제들이 풀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대화가 먼저다.

용병문제는 선수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선수들의 의견개진도 가장 많다. 그렇지만 10구단을 만드는 순간부터 뭘 양보할까 고민했다. 구단이 늘어나면서 프로야구가 질적으로 떨어지고, 팀 구성 안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계속 논의를 했고 용병확대안을 받아들이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그렇지만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이다. 일단 1명을 늘려 3명을 보유하게 하돼 3명이 다 뛰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생구단의 경우는 3명이 뛸 수 있는데 4명을 보유하느냐가 좀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용병수 확대안이 아직 총회를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웬만하면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 KBO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지켜보겠다. 그렇지만 너무 더 앞서 나가면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구단들 입장에서도 무작정 용병수를 늘리는 것은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어 고민하리라 본다.

선수들이 양보해주면 KBO와 구단도 뭔가 선수들한테 줄 것을 고민해야한다고 본다. 제일 얻고 싶은 부분은 최저임금이다. 프로야구 최저임금은 일반 회사 신입사원 임금만도 못하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최저연봉은 24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신고선수는 이것보다도 낮다. 대폭 인상해야한다고 얘기는 해놓았다. 전체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한 액수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상당부분 현실화 해야하는 건 분명하다.

올해부터 초상권 수입액은 기금으로 조성해 복지에 쓰자고 했다. 돈 들어올 때 마다 수령하지 말고 기금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올 초에 선수들을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지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다만 기금 운용 및 은퇴후 수령하는 방법, 수령할 수 있는 나이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조율중이다. 현재 초상권 수입은 연간 최소 30억원 이상이 된다. 3년 이상 모으면 100억원 이상이 될 수 있다. 예전엔 수입을 그 때 그 때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가장 많이 받는 선수가 1500만원 가량 됐다. 당장 들어오는 돈이 없어지니 선수들이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큰 뜻에 동의해 의견일치를 봤다. 선수협회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

연금제도는 굉장히 큰 부분이다. KBO와 구단이 추진하고 있는 연금제도는 60세 넘어 20만원을 받는건데 그래서는 연금이 제 역할을 못한다. 그래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현실화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중계권료, 토토수입 등 구단의 수입에 대해 선수들이 일정부분 기여한 부분이 있어 선수협도 할 말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욕심은 안 부린다. 단 선수들의 의견을 듣고 고민해달라는 것이다. 대화창구를 열어놓고 끊임없이 의견조율을 하자는 것이다.

선수들 단합 잘 했다. 그만큼 강력했다. 중요한 건 빨리 10구단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었고, 무조건 된다고 생각했다. 다만 구단들이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시간만 지체됐다. 판을 깬다기보다는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 모든 행사를 보이콧할 의향도 있었다. 잘 해결은 됐지만 결정이 너무 늦어졌다는 부분은 아쉽다. 10구단 문제 때문에 KBO와 대화할 통로가 더 생겼다는 것은 반가운 부분이다.

창원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신생구단을 유치하면서 지자체가 이렇게 하겠다 약속을 했는데 그걸 이행하지않으면 모든 게 틀어진다. 자기들이 야구장 짓겠다 해놓고, 이를 어기면 다른 구장,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KBO가 잘 하고 있고, 선수협도 이후 상황을 봐가며 할 수 있는 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 국내프로야구는 야구장이 태부족하다. 국제대회 유치, 프로야구 상징성 등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돔구장 건설이 필요하다. 선수협은 야구장 건설에 대해 도울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다만 비가 많이 오는 우리나라 기상여건을 생각할 때 신축구장의 경우 천막 같은 걸로 지붕을 만드는 그런 구장의 건설도 필요하다. 비용은 줄이면서 언제든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펜스문제에 대해서는 KBO가 선수협과 얘기하고 있다. KBO의 규격에 대해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업체는 1등급 기준에 맞췄는데 KBO기준은 2등급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수협은 펜스규격 관련해서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끼어있고, 선수협이 개입하면 이권싸움에 휘말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 지자체들이 펜스 결정을 할 때 선수들의 의견을 개별적으로 듣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 그 느낌을 잘 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플레이할 수 있는 펜스를 원한다. 십수년간 요구해도 안됐는데 어쨌든 펜스가 교체돼 다행이다. 야구인기가 있으니까 정부도 관심을 갖고 펜스 교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

최저임금 인상과 초상권 수입 기금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