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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야구단 사상 초유의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병곤 전 홍보팀장은 그룹 사내 방송사인 LG CC로 대기 발령 상태이며, 그의 후임으로 LG 전자 출신의 이형근 차장이 지난 10일부터 출근해 인수인계 과정을 거쳤다.

보도자료 한 줄 없이 홍보팀장이 교체된 까닭은 2009년 이후 4년 만에 대대적으로 실시된 야구단 경영 감사에서 비롯됐다. LG 프런트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LG 그룹 정도 경영 경영 진단팀의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다.

운영 팀 비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투서로 시작된 감사는 마케팅 팀 등 다른 부서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팀장들이 희생양이 됐다. 모 직원은 자신은 물론 직계 가족의 계좌까지 추적 당했고, 또 한 인사는 모친상 방명록까지 내밀어야 했던 어처구니 없는 조사가 진행됐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직원은 "감사인지 검찰 수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구단을 떠났다.

감사 팀은 야구단과 관련된 장비업체와 하청업체까지 들이닥쳐 밑도 끝도 없는 조사를 강행했다.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자 구본준 구단주는"팀장을 전원 교체하라"고 지시했고, 죄 없는 팀장들을 버젓이 앉혀 놓은 가운데 LG 그룹 사내 게시판에는 야구단 전출 희망자를 모집하는 채용 공고까지 떴다.

인사 조치도 황당무계하다. LG 화학으로 대기 발령 중인 오광식 전 경영지원팀장의 후임 인사는 다름 아닌 어제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신랄한 조사를 벌였던 감사 팀 직원이었다. 실적 쌓기에 급급한 무리한 감사로 직원을 내몰고 그 자리를 꿰찬 모양새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앞 날에 남아 있는 직원들도'멘붕'상태다. 모 직원은 "이미 이 구단에 마음이 떠난 지 오래됐다"면서 "전 직원이 한 마음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코미디 같은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감사 결과 미미한 부정이 적발된 경우도 있었지만 부정 척결을 위한 감사로 시작해, 감사를 위한 감사로 끝난 셈이다. LG 그룹의 모토인 '정도 경영'과 위배되는 부끄러운 일이다.

나머지 인사가 진행되면 LG 프런트 중 야구에 정통한 인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LG가 10년 동안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이유는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