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래 임탠-용찬 더블 스토퍼 얘기 나온김에...


가정을 하나 해 봅니다.

A선수가 있습니다.

이 선수가 풀타임 선발로 뛰면 방어율 3.4~5 정도에 180이닝 정도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2승 정도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런데 이 'A'선수를 불펜으로 돌린다면..

풀타임 불펜으로 뛰게 되면 방어율 2.7~8정도에 80~90이닝 사이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6승에 18홀드 정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A'선수를 선발로 쓰는게 좋을까요? 불펜으로 쓰는게 좋을까요?

여기에 한 가지 가정을 더하면, 이 팀에는 리그 Top 3에 드는 마무리투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A선수는 불펜으로 가게 되었을때 맡는 보직은 '마무리'가 아닌 '믿을맨'이 되겠죠.




A선수가 선발대신 불펜으로 가게 되면.. A선수보다는 급이 떨어지는 B선수가 선발로 뛰어야 합니다.

B선수는 5점이 약간 넘는 방어율에 120~130이닝 정도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대승수는 8~9승 정도입니다.




야구라는건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던져야 하는 이닝은 정해져 있는 경기입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경기중 폭우라 쏟아져서 콜드가 되는 1년에 1번~2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 9이닝을 막아내야 이길 수 있는 경기죠.


정해진 이닝안에 많은 점수를 뽑아내면 이길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야구에서 더 중요한건 정해진 이닝을 얼마나 점수를 주지 않고 잘 틀어막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지금까지 프로야구역사를 통해서.. 공격력이 강한 팀보다는 투수력이 강한팀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이 증명합니다.



즉.. 어림잡아 9X133이닝.. 약 1200이닝 정도 되는 이닝동안 적은 점수로 잘 틀어막는 팀이 강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그 1200이닝중 180이닝을 3점대 초중반 방어율로 막아줄 수 있는 투수룰.. 조금 더 낮은 방어율로 100이닝 가까이 적은 80~90이닝 던지는 불펜 투수로 활용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100이닝 정도의 갭을 상쇄하기 위해 방어율 5점대 선발투수를 기용하는 것은 글쎄요. 옳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B투수가 5이닝까지 3실점하고 틀어막은 뒤 3.1이닝 던지면 1실점 정도 하는 A투수가 나와 2이닝 막고 들어가는 것...

A투수가 7이닝을 3실점으로 틀어막고 들어가는 것...

어느게 팀을 위해 더 효율적일까요?



거기다가..

일반적으로 1년에 60경기에 85이닝 던지는 불펜투수보다는

1년에 28경기 나와 180이닝 던지는 선발투수가 선수생명이 더 길다는 것도 감안한다면 말이죠.




그렇기에..

저는 준수한 선발로 뛸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선수를.. 단지 구위가 좋다고 불펜으로 굴리는 것...

여기에 동의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당장 선진야구들만 보더라도...

좋은 공 가진 유망주들은 일단 선발기회를 먼저 주지...

공이 좋다고 해서 주구장창 불펜으로 돌리는 일은 많지 않은거라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