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요즘 한창 '머니볼'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머니볼'

잘 아시다시피 오클랜드 에이스의 유명한 단장 빌리빈의 야구철학들이 담겨 있는 말이죠. 그리고 '머니볼'이라는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네요.



뭐... 머니볼에 많은 얘기들이 있습니디만,

여기선 다 생략하고...


지금 책의 마지막챕터를 읽고 있는데,

<도루> 또는 <주루플레이> 얘기가 나오네요.


빌리빈은 도루를 극도로 싫어한 것처럼 보이네요.

더 정확히 말하면 소위 '공격적인 주루플레이' 자체가 오히려 팀에 해악을 끼친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오클랜드 얘기는 주로 2002년의 얘기인데...

2002년시즌 오클랜드는 162경기에서 103승을 거두었는데,

162경기를 치루는 동안 오클랜드 팀 전체가 기록한 총도루수는 25개였다고 하네요.


샌프란시스코 출신 올스타 2루수로 발빠른 선수였던 레이 더햄이라는 선수가 시즌중에 트레이드되어 오클랜드로 왔는데..

그가 오클랜드에 와서 팀 코치들로 받은 첫번째 주문은 '도루하지 말라'였다고 하네요.

그 해 레이 더햄이 기록한 개인 도루수는 그 해 오클랜드가 기록한 팀도루수와 동일한 25개였다고 하는데..

그중 22개가 트레이드되기전 SF에서 성공시킨 도루들이라고... --a



빌리빈이 도루나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싫어한 이유는 '실패가능성'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해.. 어떤 행위든 필요없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리는 행위는 무조건 팀에 해악을 끼친다고 생각했다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클랜드는 희생번트를 대지 않기로 유명했던 팀이기도 했다네요.

도루도 마찬가지로 성공하면 좋지만, 아무리 잘 뛰는 선수도 아웃카운트를 헌납할 가능이 30%는 되기 때문에...

또한 1루주자가 우전안타때 3루가는 플레이는 여유있는 상황에서야 해야되는 플레이지만,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절대 시도해서는 안되는게 오클랜드의 불문율이었다고...


보통의 팀들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했을때, 설사 실패했더라도 '훌륭한 시도였다. 다음에도 그런 기회 있다면 뛰어라'라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라는데.. 오클랜드는 만약 공격적인 주루플레이에 의해 주자가 아웃을 당했다면 그 선수는 경기 끝나고 빌리빈에게 엄청나게 까여야 했다고 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오클랜드 1번타자는 발빠른건 상관없고 출루율만 높으면 최고라는 개념이어서...

최준석같은 선수라도 4할대의 출루율을 가지고 있다면 오클랜드에서는 1번을 칠 수도 있었을 듯 싶더라능...
(실제로 제레미 지암비는 오클랜드의 1번타자이기도 했죠)



어쨌든.. 팀도루가 25개뿐이라도 오클랜드는 시즌중 엄청난 득점 생산성을 보였고, 놀라운 승률로 시즌을 마쳤죠.


문제는 플레이오프였는데...

수많은 해설자들이 '시즌과 PS는 다르다. PS에서는 희생번트 등 점수를 짜내기 위한 플레이를 해야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며..

전혀 뛰지 않는 오클랜드에 대해 비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2002년 오클랜드는 PO에서 여전히 뛰지 않는 야구를 고집했고, 미네소타에게 패배하고 말았죠.



이렇게 도루, 또는 주루플레이에 대한 머니볼의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저는 이러한 생각이는 그다지 동의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구는 미국에서 탄생한 스포츠고, 야구를 만든 그들이 야구에 붙혀준 명칭은 'Baseball' 입니다.

'Base'와 'Ball'

야구의 특징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이름이라 생각하는데요.


'Baseball'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야구를 하는 공격팀에게 있어서 최고의 덕목은 어떻게 해서든 수비팀으로부터 'Base'를 하나라도 더 뺐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발야구'로 대표되는 두산의 야구를 좋아하죠.

두산의 야구는 어느때 보면 무모하리만큼 공격적인 베이스런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08 삼성과의 PO에서 내야플라이때 이종욱이 홈을 파고든 것 같은 것이죠.
(빌리빈이 봤다면, 성공을 했긴 했지만 이종욱이 엄청 까였을것 같다능... --;)

물론.. 역시 같은 시리즈에서 펜스에 기대서 잡히는 깊숙한 외야플라이때 김현수가 1루에서 2루로 언더베이스 시도하다 횡사하는 것같은 해악을 끼칠 때도 있지만...


작년 기록은 잘 모르겠는데,

이종욱-고영민 베어스의 두 테이블세터가 맹위를 떨치던 08년도에,

'안타를 쳤을때 1루주자가 3루까지 달리는 확률'이라는 통계수치에서 고영민이 1위, 이종욱이 2위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것이 베어스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최근 몇년동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요인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극도로 '발야구'를 싫어하는 빌리빈의 생각...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출루율 높은 선수가 발빠른 선수라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야구에서 발빠른건 별로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빌리빈의 생각에 대해서...
(덧붙히자면, 빌리빈의 야구관에서는 '수비'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 아무래도 '수비'의 경우도 발빠른 선수들이 더 유리하죠)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요?



정말 야구에서 '발빠른 선수'의 효용가치는 다른 여러가지 요인들에 비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