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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좀 하고 오겠습니다.”

현역 유니폼을 벗기로 한 최희섭(37)이 의미있는 각오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변신할지 최종 결정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단단한 의지로 발을 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로 결정한 최희섭은 구단과 진로를 상의한 끝에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떠나기로 최근 결정을 마쳤다. KIA와 결연 관계인 미국 프로야구 미네소타, 볼티모어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는다. 2007년 KIA에 입단하면서 한국으로 온 이후 10년 만의 미국행이다.

1월중 출국할 예정이라 준비에 분주한 최희섭은 5일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선수로서 생활을 정리했으니 선수가 아닌 새로운 시선으로 야구를 보며 좀 더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뜻이다.

최희섭은 “야구 공부를 새롭게 해보고 싶다. 공부를 하다보면 나 역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뭘 하든지 능력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나도 뭐든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솔직히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자신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선수들의 은퇴 이후 제1지망 진로는 지도자다. 야구 해설가로 먼저 데뷔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지도자를 꿈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희섭 역시 지도자의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프런트와 지도자 등 여러 갈래를 놓고 구단과 오래 상의해왔다.

KIA 구단과 상의한 미국 연수 기간은 3개월이다. 2014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발표한 포수 김상훈과 투수 유동훈도 지난해 똑같은 코스로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 KIA 2군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최희섭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연수를 마친 뒤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최희섭은 일단 미국에서 연수를 받으며 그동안 선수로서 갇혀있던 시야를 넓히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최종 진로에 대해서도 이 기간 충분히 고민해볼 계획이다.

최희섭은 “연수 기간은 현지에서 상황이 되면 개인적으로 연장할 수도 있다. 야구 공부를 새롭게 해보고 싶다.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나 시야를 키우고 싶다”며 “선수로 살면서는, 특히 한국에 온 뒤 너무 많은 것을 신경썼고 어찌 보면 해야 하니까 하는 노력만 했던 것 같다.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어린 시절 ‘빅초이’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희섭은 미국 연수 기간, KIA의 현지 스카우트 역할도 겸할 계획이다. 정식 스카우트는 아니지만 현지에서 선수들을 접촉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통해 KIA 스카우트 팀 일을 돕기로 했다.

최희섭은 “KIA 구단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는 KIA에 온 뒤 사고뭉치였다. 솔직히 내가 구단이었다면 이런 기회도 제공해주지 않았을 것 같다”고 웃으며 “어떻게 해서든 KIA 구단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 없다. 무엇을 하든 야구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3달 뒤면 진로에 대해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빅초이’ 시절,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최초의 한국인 타자였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와 KIA에 입단한 최희섭은 많은 일을 겪었다. 영광의 2009년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출신에 대한 기대와 그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한 주위 반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마음 앓은 시간이 많았다. 구단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은퇴를 결정하고 선언한 최희섭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출발한다.

최희섭은 “늦어도 1월말에는 출국할 계획이다. 일단 미국 애리조나로 갔다가 2월에 구단에 합류한다”며 “많이 배우고 싶다. 고생 좀 하고 오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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