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예전에 본 영화중에 '카게무샤'라는 일본 영화가 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 등장 이전에 전국시대를 주름잡았던 '다케다 신겐'의 카게무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인데...

전국 시대를 휘어잡은 '다케다 신겐'의 강력한 부대는 '풍림화산'으로 불리었죠.


풍(風)이라 불리우는 부대는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방을 현란하게 공격하며...
림(林)이라 불리우는 부대는 숲처럼 고요하게 움직이며 상대방에게 은밀한 공격을 퍼붓고...
화(火)라 불리우는 부대는 불길처럼 맹렬하게 노도와 같이 상대방을 공격하지만...
산(山)이라 불리우는 부대는 산처럼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며 공격부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죠.


십여년전에 봤던 영화라 기억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다케다 신겐의 카게무샤는.. 카게무샤로써 어떤 전투에 투입되어 '산'의 역할을 수행하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다케다 신겐의 부대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풍, 림, 화의 부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덕분에 '산'이 버티고 있는 본진마저도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산'이 버티고 있는...

'다케다 신겐'이 버티고 앉아 있는(아군도 적군도 그렇게 알고 있는) 바로 그 자리까지 적군 공격의 사정거리안에 들어오자..

병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하죠.

다케다 신겐(카게무샤) 앞에 지키고 있던 병사 몇명이 적이 날린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병사들은 더욱 더 안절부절...



그때 다케다 신겐(카게무샤)는 외칩니다.

'우고쿠나!! (움직이지 마!!!)'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자...

다케다신겐의 다른 부대들도 곧 전열을 정비하고 패배할뻔했던 전투를 승리로 이끌죠.




리더의 역할에는 이것 또한 중요하다고 봐요.

평상시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리더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초조해하고 흔들거리면...

그것은 고스란히 그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지죠.




요즘 베어스 선수들에게 그런 것이 많이 보여집니다.

뭔가 초조해하고 불안해 하는 듯한...

타자들은 병살을 두려워하고.. 삼진을 두려워하고...

수비수들은 안하던 실책들을 연발하고 있고...

투수들은 위기상황에서 폭투를 일삼고...



뭐.. 이런 것을 전적으로 감독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감독이라면 불안해하는 선수들을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야할 의무도 있죠.

본인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더라도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제작년인가? 로이스터 감독이 떠오르네요.

그때 롯데 심각했었죠. 우승후보로도 손꼽히던 팀이 시즌 시작하자마자 연패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급기야 5월 들어 팀은 꼴찌로 추락...



하지만 적어도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죠.

느긋하게.. '틀림없이 좋아질거다. 두려움없이 경기에 임해라' 하면서..

투수 로테이션을 흐트러트리지도 않았고...



결국.. 흔들리던 틈은 선발진부터 시작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더니... 점점 치고 올라가 가을잔치에 안착했죠.




지금 베어스에 필요한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습니다. 시즌은 길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걍 순리대로.. 원래 하던대로... 원래 가지고 있는 페이스를 찾아가기 위한 노력만 하면 될 뿐...



투수기용부터 시작해서 감독이 뭔가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분위기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해질 수 있죠.



게다가..

올시즌에는 All in V4라는 구단 슬로건 자체가 선수들에게 크나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도 싶어요.



그런 부담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지금의 베어스 선수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달감독님..

원년부터 정말 좋아했던 선수였고...

지금도 참 좋아하고 베어스에 오래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선수들 부담 갖지 않고, 조급한 마음 갖지 않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 팀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