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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단어가 '정식 계약'이다. 최동원의 아버지 최윤식 씨는 토론토와의 계약 파기를 선언한 이후 줄곧 '가계약'이란 용어를 썼다. "계약금을 받은 사실도 없고, 계약서에 서명할 때 토론토가 '언제든 계약을 파기해도 좋다'는 약속을 했다"는 게 가계약설의 주된 논리였다. 어쩌면 그 논리 때문에 최동원-토론토 계약이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인정받지 못한 원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동원-토론토 계약은 엄연한 메이저리그 정식 계약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현직 스카우트는 "예나 지금이나 계약을 승인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선 계약 주체 가운데 한쪽이 계약에 이의를 제기하면 커미셔너가 서명을 중단하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벌인다"며 “만약 별 논란이 없는 가운데 커미셔너가 계약서에 승인 서명을 한다면 해당 계약서는 커미셔너 서명 당일부터 정식 계약의 효력을 낸다”고 설명했다.

최동원-토론토 계약서를 유심히 살펴본 그는 다음과 같이 경험에 근거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선수(최동원), 에이전트(최윤식), 토론토 관계자의 서명이 명확하게 적혀 있고, 당시 아메리칸리그 회장(1981년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사무국이 분리 운영되던 시절이라, 아메리칸리그 소속팀들의 계약서를 최종 승인하는 건 아메리칸리그 회장의 몫이었다)이던 릭 맥페일의 서명까지 포함돼 있는 걸 봐선 최동원-토론토 계약서는 엄연한 정식 메이저리그 계약서다.

물론 그럼에도 선수 측이 '구단이 제시한 당초 계약 내용과 계약서상의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계약 파기를 선언하는 걸 드물게 보긴 했다. 이런 경우는 계약서상에 정확한 정보가 실려 있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오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동원의 경우는 다르다. 아메리칸리그 회장의 서명이 들어가기 전, 최동원 측이 적극적으로 계약 부당성을 알렸다면 모를까, 계약 승인이 끝난 뒤 계약 파기를 주장했기 때문에 최동원 측이 ‘이것은 가계약이다’라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계약서엔 1981년부터 1983년까지의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이 정확하게 안내돼 있다. 최동원 측이 ‘우리 연봉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는 건 그래서 다소 이해하기 힘든 소리다. 계약서 내용을 충분히 읽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입단 계약과 같은 중차대한 협상에서 이를 간과했을 리 없다. 누군가는 분명 계약서 내용을 설명해줬을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최동원-토론토 계약이 파기된 건 계약의 부당성 때문이라기보단 최동원 측의 변심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변심이 그러하듯 계약 파기의 합리적 이유를 대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최동원-토론토 계약이 가계약이라, 토론토가 법원 판결에서 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1982년 KBO 초대 홍보팀 멤버였던 신명철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은 “1981년 홍역을 치른 최동원과 토론토 계약건은 1982년부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며 “토론토가 한국 법원에 최동원을 고소할 방침을 세웠을진 몰라도 이를 실행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토론토 측에 문의했을 때도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토론토 홍보팀은 “1981년부터 1983년에 우리 구단이 한국이나 캐나다에서 최동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 참가했다는 기록이 없다”며 “재판이 열린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패소한 적도 없다”고 알려왔다.

고 최동원이 고려대 입학을 준비했다가 갑자기 연세대로 진로를 변경한 이유를 설명하는 인터뷰. 최동원은 대학 입학서부터 프로 입단 그리고 은퇴에 이르기까지 상상하기 어려운 우여곡절을 겪었다(동영상=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최동원이 이렇듯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토론토와의 계약을 파기한 덴 다른 이유가 숨어 있었다. 한 야구계 인사는 “최윤식 씨가 더 많은 돈을 받으려고 토론토와 흥정을 벌이느라 계약 파기를 주장한 것으로 아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되레 아들을 숨은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려고 여러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최동원처럼 "자신의 희망과 뜻대로 살지 못한 야구인도 드물 것"이라며 "대학 입학 때부터 그는 항상 '보이지 않는 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밝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