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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러브후보,

특히 3루수후보에 베어스에서 2명의 후보가 올라온 것 때문에 간만에 오늘 논쟁이 화끈하게 붙었는데요.



미국에서는 딱히 후보를 정하지는 않은 것 같고 무작위로 투표하는 모양인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면 모를까, '골글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면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이 있어야하겠죠.

(뭐.. 미국처럼 하더라도 올해 1루수는 누구누구, 2루수는 누구누구 이런 분류는 필요하겠죠. 예를 들어 올시즌 이원석을 1루수로 볼꺼냐, 3루수로 볼꺼냐 하는 분류 같은 것이요)



KBO에서도 지금까지 유지해 온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KBO의 골글후보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 있으면 지적을.. ^^;)



일단.. 먼저 어떤 선수가 올해 어느 포지션인가에 대해 먼저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선수의 포지션이 무엇이냐를 판단할 때는 그 선수가 그 해 어느 포지션에 가장 많이 출장했는가를 기준으로 따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2007년 정근우선수 예를 들어보면,

정근우선수는 2007년에 2루수로 54경기(284.0이닝), 유격수로 58경기(360.1이닝)를 출장했습니다. 당시 2루수 경쟁후보는 정근우보다 타율이 많이 떨어지는 고영민선수였고, 정근우선수가 2루골글후보로 나왔다면 수상가능성도 꽤 높았지만, 유격수로 더 많이 나왔기에 정근우선수는 '유격수'로 분류되었습니다. (결국 2007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는 박진만선수가 차지했고, 정근우선수는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했죠)

여기에 적용된 원칙은...

- 한 선수가 두 개 포지션의 후보가 될 수는 없다.
- 한 선수의 포지션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정근우선수의 경우, 유격수로 더 많이 출장했기에... 2루수가 수상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2루수후보가 될 수 없다.
(이 부분은 저도 좀 애매하긴 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예전에 지명타자쪽에서.. 마땅한 후보자가 너무 없어서 이 원칙을 무시한 적이 있는 것 같은... --;)


이렇게하면.. 주전급이건 백업이건 1경기만 나왔던 선수건 8개구단의 모든 전수가 각 포지션별로 명확하게 분류가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올시즌 1루수는 A, B, C, D, E, F, G 등등 21명임 <-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각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명확히 분류가 되면,
그 다음엔 포지션별 대상후보들을 놓고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3~5배수의 후보를 추려냅니다.
(위에서 든 예를 가지고 얘기하면, 21명의 1루수들 중에서 A, B, F, G, M의 5명 이런 식으로..)

이렇게 3~5명의 후보를  추려내기 위해 KBO에서 지금까지 사용했던 기준은 대표적인 것이 출장경기와 타율이었죠. (KBO에서 공식 인정하는 타이틀 홀더는 그런 기준 상관없이 포함)


예를 들어 '올해 골드글러브 2루수 기준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중 2루 출장 몇경기 이상에 타율 얼마 이상입니다'

만약 올해 포수처럼 규정타석 채운 선수가 1명이거나 없거나 한다면, 규정타석 규칙을 빼고, '몇경기 이상 출장에 타율 얼마 이상' 이렇게 하곤 했죠.



그리고... 여기에서 기준이 되는 '몇경기 이상 출장' 또는 '타율 얼마 이상'은 매년 똑같은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포지션별 3~5명(투수/외야수 제외)의 후보군을 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바뀌어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2루수부문은 규정타석 채운 선수가 워낙 없어서...

3명의 후보군을 만들기 위해 타율 기준을 '0.230이상'으로 한 듯 싶구요.


올해 3루수부문에서는.. 아래 댓글에서도 썼지만,

0.293을 기록한 이대호, 3루수로 84경기 출장한 김동주를 포함시키기 위해 아마도 '규정타석을 채우고 3루수로 8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들 중 타율 0.290인 선수'라는 기준을 세운 듯 합니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2007년 유격수부문은 정근우선수를 후보로 포함하기 위해 '유격수로 50경기 이상 출장' 이런 식의 기준을 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규정타석을 채우고 0.298의 타율을 기록했으며, 3루수로 80경기를 출장한 이원석선수가 김동주선수와 함께 후보로 포함된 거겠죠.

그리고 '80경기 이상 출장, 0.290이상의 타율'로만 해도 김상현-김동주-정성훈-이원석-이대호로 5명의 후보슬롯이 다 채워져버리는 바람에... 0.284를 기록한 황재균과 이범호, 규정타석에 미달한 박석민선수가 아쉽게 후보군에서 탈락한 듯 싶습니다.
 (만약 예를 들어 올해 정성훈선수와 이원석선수가 0.270대의 타율을 기록했다면, 3루수 타율기준은 0.280으로 내려갔을 태고, 황재균, 이범호선수가 골글후보가 되었겠죠)



서론이 길어졌는데...

다시 얘기해서, '후보'를 뽑아야 한다면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죠.




객관적인 기록같은거 상관없이,

"올해 3루수중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이 대충 김상현, 김동주, 이대호, 황재균, 이범호니깐 이 5명으로 3루골글 후보로 합시다"

라고는 절대 할 수 없는 거죠.



출장경기수와 타율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하다보니,

한 팀에서 3루수 후보로 두 명이 배출되는 사태가 벌어진거죠.



그렇다면... 이게 무원칙한 처사일까요?

한 팀에서 3루수같은 포지션에서 중복된 후보가 나오면 안되는 것일까요?




여기서 한 번 극단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썬즈'라는 팀에 A라는 선수와 B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A라는 선수는 주포지션이 1루수인데, 지명타자로도 경기를 많이 나왔습니다.

B라는 선수는 멀티플레이어이며 주로 1루수와 3루수로 경기를 출장했습니다.



시즌이 끝나고 보니 A와 B가 남긴 스탯은 다음과 같습니다.


< A선수 >

○ 공격
 타율 0.371(타격 2위) 홈런 55개(홈런 2위) 타점 121개(타점 2위) 185안타(최다안타 2위) OPS 1.210(OPS 1위)

○ 수비
1루수 72경기 출장(72경기 선발) 수비이닝 512.2이닝 실책 11개
지명타자 61경기 출장(61경기 선발)



< B선수 >

○ 공격
 타율 0.372(타격 1위) 홈런 3개 타점 67개 도루 47개(도루 2위) 출루율 0.471(출루율 1위) 187안타(최다안타 1위)

○ 수비
1루수 91경기 출장 (61경기 선발) 수비이닝 601.1이닝 실책 2개
2루수 12경기 출장 (3경기 선발) 수비이닝 58.2이닝 실책 1개
3루수 80경기 출장 (45경기 선발) 수비이닝 502.1이닝 실책 4개
외야수 51경기 출장 (24경기 선발) 수비이닝 100.0이닝 실책 1개



시간이 흘러 제 생일날(= 프로야구 생일날 = 골든글러브 시상식날 ^^;)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골든글러브후보를 선정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 해의 MVP는 A와 B가 속한 '썬즈'의 라이벌팀인 '스퍼스'에 속해 있는 C선수가 전경기 지명타자로 출전하여 0.292의 타율에 57개의 홈런 127개의 타점으로 홈런-타점 2관왕을 기록하며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A선수와 B선수는 어느 포지션의 골든글러브 후보로 나와야 할까요?



1. 타율, 출루율, 최다안타 타이틀홀더인 B선수가 제일 많이 나온 포지션이 1루수이므로 A선수는 1루골글 후보로 나오고...

같은 팀의 B선수와 라이벌팀의 C선수 덕분에 타이틀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A선수(OPS는 KBO에서 공식으로 시상하는 타이틀이 아닙니다)는 같은 팀 B선수가 1루 골글후보가 되었으므로 아예 골글후보 자격도 주지 말아야 할까요?



2. 아니면.. 리그에서 독보적인 기록들을 세운 A, B, C 세 선수 모두에게 골글수상의 영광을 주기 위해,

A선수는 1루수,
B선수는 3루수로도 많이 나왔으니 3루수,
C선수는 지명타자

이렇게 후보로 올려야 할까요?



3. 아니면, A, B선수의 올시즌 포지션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A선수와 B선수 각 개인의 출장경기수나 수비이닝수를 보면 둘 다 '1루수'로 해야하기에...

'올해 최고의 1루수는 A, B 두 선수중 기자여러분이 한 번 판단해 보세요'하고 한 팀에 속한 A와 B선수를 나란히 1루수 골글후보에 올려야 할 까요?




저는 3번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같은 팀에 속한 같은 포지션의 선수라도 골글후보 자격이 충분하면(결정된 골글후보 기준을 객관적으로 충분히 만족시킨다면) 후보자격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KBO에서 골글후보를 세우기 위해 운영해온 원칙과 기준이 개인별로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기준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준이 '출장경기수'와 '타율'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올해 3루수 골글후보는 이렇게 운영되어 온 KBO의 원칙하에 결정된 것이라 생각입니다.

또한 한 팀에서 같은 포지션에 중복후보가 있다 할 지라도, 둘 다 후보로써의 자격이 충분하다면 두 선수 모두에게 후보자격을 주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골든글러브는 각 팀을 대표하는 각 포지션별 선수들끼리 경합을 벌여 포지션별 리그 최고의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팀같은 것은 상관없이 리그 전체에서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출장경기'와 '타율'이라는 그동안의 KBO의 기준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수정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아래 나왔던 주장처럼, '출장경기' 대신 '수비이닝수'를 기준으로 하자 라던가,

아니면, 1루수와 3루수는 홈런이나 장타율도 기준에 포함하자 라던가...



하지만.. 지금까지 내려온 원칙과 기준을 수정하려면 시즌전에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미리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시즌 끝나고 보니...

어? 3루수 후보가 김상현-김동주-이대호-황재균-이범호였으면 좋겠는데...

출장경기수와 타율로 조합하다보니 절대 그 조합이 안나오네...

에이.. 그냥 올해는 그 기준들 무시하고 다른 기준들 적용해서 원하는 조합의 후보진을 만들어보자 라고 한다면,

그것이 더 무원칙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