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여행사진의 시작은 언제나 기내식으로부터.

대한항공을 탔는데도 단촐하다 못해 너무나도 없어 보이는 저 기내식 그림으로부터 비행 거리가 얼마나 짧았을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그나마 청테이프로 발라 놓은 것 같은 저 센스는 어쩔......

숨돌릴 틈도 없이 대절된 버스에 올라타 고속도로를 달린다.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다 말고 갑자기 버스가 멈춰선다.

사진 속의 저 건물에 들어가야 한다는데 설마 이 고속도로를 도보로 횡단-_-?

물론 그럴 리는 없고,

건너편에 자그마하게 나 있는 뒷문으로 입장-_-

고속도로를 달리다 말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이곳은...

이름하여 고차(古車)박물관.

이건 물론 춘추 전국 시대와 관계 없는 것이련만-_-;;

아래 나올 진짜 유적만 덜렁 전시해놓고 박물관을 열긴 뭐해서 이런저런 고대 수레의 모형을 전시해 놓은 듯.

이 박물관의 핵심은 보시다시피 고대 무덤 속에 죽 늘어서 있는 옛 수레, 그리고 같이 순.장.된 말들의 유골이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다가 발견했다는데, 보다시피 이 유적 위로 그대로 고속도로를 깔아버렸다-_-;;;;;;;;

때문에 정문은 고속도로 이쪽에, 후문은 저쪽에 있게 된 것.

과연 저 뼈다귀들이 진짜일까 싶을 정도로 가지런히 누워 있다.

살아 있는 말들을 그대로 묻었다고 하는데, 무슨 약이라도 먹여서 정신을 놓게 만든 뒤에 매장했겠지 싶지만...

이 무덤이 언제 만들어졌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오래산 노퐁옹은 알겠지......)

논어를 줄줄 외우고 계신 우리 직장 대빵 (동양철학 박사십니다;;) 께서 '공자가 매장할 때 토용을 같이 묻는 관습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구절을 인용하시며 그로 미루어볼 때 말을 산 채로 묻어버린 이 무덤은 그 이전, 즉 주나라 때쯤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내놓으심.

1990년대 대륙 고고학계 최고의 발견 중 하나라는 저들의 주장. (춘추 시대의 영문 번역은 Spring and Autumn Periodㅋ)

유적이라고는 가로 5m, 세로 32m의 저 무덤이 전부.

어쩔 수 없이 이런 본때 안 나는 진나라 수레 모형도 같이 전시.

(진짜 진나라 수레를 보려면 역시 병마용 박물관에 가 주어야.)

한나라 때 거라는 벽화.

한나라 때 거라는 벽화. (2)

인골이 같이 전시되어 있어 깜짝 놀랐는데, 저건 짜가라고-_-

개인적으로 여행할 때 이곳까지 돌아볼 생각은 꿈에도 못할 것 같은 그런 소박한 박물관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

이곳 시골 도시(?) 치박에서 가장 큰 호텔 중 하나인 제도대주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단다.

로비에는 고대 제나라의 복색을 한 이들의 연회 그림을 나름 멋들어지게 그려두었다.

단체관광객의 식사가 다 그렇듯, 그리 싸구려도 그리 고급도 아닌 때깔.

인간적으로 참 맛나 보이진 않는다-_-

해안가가 아닌 대륙 지역에서 생선요리는 상당히 고급에 속한다.

대부분 저렇게 조리한 뒤 소스를 끼얹어 나오는데,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소스가 투명할 수록 고급'이라는 거.

어쨌든, 청도에서 가까운 지역이니 맥주는 당연히 '칭따오'.ㅋ

그런데,

분명 같은 제품인데 도수가 다르다ㄷㄷㄷ

원래 그런 건지-_-?

그닥 맛나지는 않았던 점심이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시장이 반찬.

이제 다음 장소로 달려간다.

현판에도 나와 있듯 이곳의 이름은 '임치동주순마갱'.

동주 시절 거라 추정되는, 말들을 (아마도 산 채로) 묻어둔 무덤인데...

보시다시피 이런 시골 마을에 덩그러니 자리잡은 곳이라 개별여행자가 우연히라도 이곳을 들러볼 확률은 역시 0에 수렴할 듯.

작은 마을의 소형박물관이 다 그렇듯, 주변엔 무심하게 하루 일과를 보내는 아저씨들 뿐.

저렇게 유리 뚜껑을 씌워 두고 전시하고 있는 것은,

거의 600기에 달하는 말들의 유골.




서안의 병마용 맹키로 질서정연하게 말들을 산채로 묻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가장 믿어지지 않는 건,

혼란스런 춘추 전국시대의 빤하디빤한 경제력을 고려해보았을 때 '재산목록 1호' 쯤 될 '말'을 저렇게 한가롭게 순장할 여력이 있었겠는가 하는 점.




호기심 많은 직장 동료가 구입한 이곳 치박의 특산물이라는 과일 캬라멜.

과일의 이름을 나타내는 저 '楂'의 뜻이 과연 무엇일까를 가지고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했었는데,

동료 중 중문학 박사께서 직접 사전을 뒤져보신 후 (이분은 음은 알았는데 뜻은 잘 모르시겠다고 하셨음) 한국에는 없는 살구 비슷한 과일이라 알려주심.

(놀랍게도 울 마나님께서는 보자마자 '저거 cha 字 잖아, 버찌 아냐?' 하며 단박에 맞추시더만ㄷㄷㄷ)

어쨌든 별로 추천하고픈 음식은 아니었다.

이거이 '황하'라고 가이드가 알려주었는데, 정말인지는 솔직히 의심스러웠던.....

꼴랑 두 군데를 후다닥 둘러보고 달리고 또 달린다.

이날의 최종 목적지까지 하루 종일 달려간 거리는 750 km 정도 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