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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적을 회상할 때 지금도 여전히. 가장 아쉬운 부분은 우리 집은 적막했다는 사실이다. 

당신들의 신념과 놓여진길에 충실했던 부모님.  덕분에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외할머니나. 또는 이모나 고모 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늘 가슴한구석에는 남모를 외로움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사람과 함께해도 핏줄을 타고 전해 내려오는 아스라한 정서적 공감을 다른 어느 곳에서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하지만 이상스러운 것은 늘 그렇게 누군가를 외로워하면서도. 정작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그리고 편하게 여기는 습성이 생겨버렸다. 사실 내가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찾는 걸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다 외로움에 사로잡힌 군중들이나 하는 말이다. 

혼자 지낸다는 건 그 자체로 완벽한 일이다. 

다만 자신 속에서 맴돌고 있는 관념을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돌리는 시선의 표출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좁다란 개인의 내면에 갇혀 지내다보면 아주 조그마한 스파크에도 마구 불꽃이 튀기고 그 안에서 반사되어 미칠 듯한 속도를 가지게 된다. 그건 거대한 모터에 달린 조그마한 프로펠러 같은 것이어서. 작은 원통 속에서 무서운 속도로 마구 반사되며 증폭되는 어떤 에너지 같은 것이다. 난 그걸 광기의 금자탑이라 부른다. 내성적인 어떤 사람이 간혹 모두가 놀랄만한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것도 아마 다 그런 탓이겠지. 

사실 외로워서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은 그 광기의 금자탑을 너무나도 높이 쌓아올린 나머지 자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는 방향감각 상실을 보상받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너질까 두려워 찾게 되는 균형 같은 것이다. 어찌보면 관계란것은 그런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알레고리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이기적이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래서 스스로 대신 내뱉는 말은 ‘난 외로워’ 이다. 하나도 그렇지 않으면서.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적막으로 가득찬 그런 밤중에 자리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고 있노라면. 내가 있는 이곳 어느 곳에도 없는 곳이라는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느낌은 참으로 기묘하지. 난 그 느낌을 가장 좋아한다. 사람이 모여 즐거운 어느 곳에서도 난 늘 현기증을 느꼈고. 내가 있는 그 자리가 마치 꿈속처럼 몽환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마치 나아닌 어디 다른 곳에서 내가 나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난 늘 그걸 멀미라고 말한다. 그렇게 멀미가나면 다른 수가 없다 아무렇지 않은척하지만. 

하지만 난 이런 것을 아주 유니크 한 느낌이라 말하진 않겠다. 누구에게나 다 조금씩 있는 것이니. 

그리하면 난 이제라도 은둔을 해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도 모를 섬 에서 그렇게 조용히 누워서 평생의 시간을 보내면 그것으로 만족해야하나.

어렸을 적부터 많이 읽었던 고대 중국의 설화들을 보면. 잠시 잠에 빠진 주인공이 천계에 놀러가 몇 시간 즐겁게 보낸 뒤. 이승으로 내려오니 이미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났더라,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허하고 허무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 천계의 시간으로 결코 진입할 수 없는 벽이 늘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 벽의 두께는 마치 내가 가진 공허와 허무. 그리움의 깊이와도 연결되는 게 아닐까. 

언젠가 늘 항상 주변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그때 과연 당신은 어떻게 할것인가.